2009년 11월 22일
[조선일보 l Why] 요즘 거리에선 왜 크리스마스 캐럴 안 들릴까

[조선일보 l Why] 요즘 거리에선 왜 크리스마스 캐럴 안 들릴까 
▲ 세모(歲暮)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던 캐럴은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길거리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게 됐다.
캐럴 대신 대중가요가 흘러나오던 2007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모습. / 이태경 기자
최근 5~6년 동안 해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보도가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도무지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과 음반시장 침체가 그 주요 이유로 꼽히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반 시장의 '한철 장사'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11월 초 출시되는 캐럴은 11월 말 대형 음반점에 진열된다.
연말이 되면 남은 음반들은 일제히 사라져 경기도 파주에 있는 물류회사 창고로 옮겨진 뒤 1년 뒤를 기약한다.
광복 직후 미군에 의해 유입된 캐럴은 신속하게 우리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최희준, 이미자, 패티김, 남진, 조영남 등 웬만한 가수들이 한 번씩은 캐럴 음반을 냈다"고 말했다.
박씨는 "예전에는 12월 24일과 31일에만 통금(通禁)이 해제됐기에 연말은 축제 분위기가 물씬했고
캐럴 음반이 필수품처럼 됐다"고 했다.
1980년대에도 김민희의 '똑순이 캐럴', 심형래의 개그 캐럴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분위기는 1990년대 초까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4년 동방신기, 2006년 빅마마 이후로는 국내 가수들이 새로 내는 캐럴 음반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때 쏟아져 나왔던 개그맨들의 음반도 뜸하다.
올해는 밥 딜런의 '크리스마스 인 더 하트'와 배리 매닐로우의 '인 더 스윙 오브 크리스마스' 등
해외 노(老) 스타들의 신보가 그나마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도다.
이러다 보니 과거 여러 아티스트들의 캐럴을 모은 편집 음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베스트 크리스마스 100'(EMI) '크리스마스 히츠'(소니뮤직) 등이다.
이런 음반들은 새로 녹음할 필요가 없고 재고를 다음해 다시 내놓기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크게 줄었다.
2000년만 해도 머라이어 캐리의 음반 한 종이 40만장 넘게 팔릴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체 캐럴 음반 판매량을 다 합쳐도 10만장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니뮤직 관계자는 "아예 외연을 넓혀 '겨울앨범'으로 주제를 잡는 것도 하나의 추세"라고 말했다.
이제 백화점 같은 곳이 아니면 캐럴을 들을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소득이 낮았던 시절에는 연말이 특별한 축제 기간과도 같았지만,
지금은 1년 내내 축제와 이벤트가 상시화(常時化)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밸런타인 데이' '빼빼로 데이' '100일' 같은 기념일들이 늘어 크리스마스 특수(特需)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캐럴 음반은 선물용이 많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CD를 선물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크리스마스 문화의 성격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캐럴을 통해 명절 분위기를 내는 일이 어딘지 촌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연말을 소비하는 방식이 소품에서부터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2009년 11월 2일자
# by | 2009/11/22 00:12 | [조선일보] 컬럼 | 트랙백 | 덧글(0)





































